전직 공무원이 알려주는 9급 공무원 현실(급여, 업무, 전망 등)
안녕하세요 Aiden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는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작성하지 않아서, 제가 전직 공무원이라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거 같아요. 하지만 나름 지방직 일반행정 직렬에서 2년 8개월 가량을 일했던, 전직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의 현실이라는 글의 제목이 좀 자극적일 수 있지만, 최근 9급 공무원 지원률이 감소하고, 과중한 업무 등 기타 사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본인이 공시생이거나 공무원 공부를 준비해볼까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경기도 내에 있는 한 도시에서 지방직으로 일했었습니다. 당시 해당 도시는 한창 커가는 중이었고, 인구 유입도 제법 늘어난 편이었습니다 .덕분에 9급 공무원 선발 인원도 제법 늘었고, 저는 조금 아쉬운 성적을 가지고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지방직 공무원이 되면, 기쁘다는 마음도 들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라는 걱정도 앞서게 됩니다. 저 역시 발령 받기 전까지 어디서 일을 하게 될까 궁금했었고, 의외로 워커홀릭인 저는 나름 중요한 부서에 배치 받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9급 공무원 일이라는게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더라구요.
9급 공무원 현실이라는 제목과 걸맞게 생각 보다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첫 발령지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였습니다. 그리고 처음 받은 업무는 제증명 발급. 우리가 흔히 동사무소라고 말하는 곳, 그 중에서도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서류 발급해주는 업무를 맡은 셈입니다. 분명 겉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문제는 숨겨져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갔던 지역은 그곳만 인구수가 7만 명이 넘었고, 하루에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500명이 넘게 방문하는 곳이었습니다. 저와 동일한 업무를 보는 인원은 총 3명. 그 중 한 명이 육아 사유로 조기 퇴근을 하면 2명이 남는 상황이었죠. 게다가 제증명 발급 업무는 유난히 신규자가 많이 발령 받는 자리다보니, 저를 포함해 한 명씩 신규자 교육을 떠나면, 1명 또는 2명이서 그 인원들을 모두 해결해야 했습니다. 즉, 하루에 적게는 100명에서부터 많게는 200명까지도 담당해야 하는 구조였죠.
서류만 발급해주는 것이 뭐가 힘드냐 할 수 있지만, 서류 발급도 같은 서류를 발급하는 것이 아니고, 각 서류마다 필요한 절차와 조건이 다릅니다. 해당 조건과 절차를 안내해주고, 그에 맞춰 서류를 발급해준다는 것 역시 적지 않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본인이 원하는 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왜 빨리 해주지 않냐고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줄은 길어지고, 스트레스는 쌓이는 업무의 반복인 셈이죠. 게다가, 이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사람은 지치기 마련입니다. 민원인들이야 한 두번 방문하는 곳이지만, 그 곳의 직원들은 그 일상이 반복되니까요.
제가 이 자리에서 일했던 것은 약 8개월 정도. 일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는 적지 않습니다. 요즘 행정복지센터가 점심 시간에 문을 닫는 방식을 도입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들을 보면, 민원인들 입장에서는 점심 시간에 업무를 보러가야 하는데, 문을 닫아버리면 어떡하냐는 식의 반응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식사를 교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건데요, 이론적으로는 교대로 식사하며 업무를 볼 수 있지만, 현실은 조금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은행을 비롯해 서비스업이라면 대부분 해당되는 문제일텐데, 점심 시간에 방문하는 인원이 많지 않다면 교대로 식사를 하더라도, 크게 문제되는 경우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사에 달린 반응들처럼 점심 시간에 업무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모두 몰리다보니, 점심시간이 가장 바쁜 시간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민원인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교대로 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가중되는 것입니다. 상급자에 따라서는 점심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점심 시간에 업무를 휴식하자는 의견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남은 2년 동안은 각각 다른 업무를 맡았습니다만, 자세하게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적기엔 너무 길어서, 다른 글에서 차분히 설명토록 해보겠습니다.
9급 공무원의 급여는 인터넷에 나오는 공무원 봉급표 그대로입니다. 직렬에 따라 다르지만 정말 적은 직렬은 월 140만원 정도부터(실수령액) 그나마 좀 나은 직렬은 180만원 정도까지 나옵니다. 이건 보통 수당에 따른 차이인데요, 기본급은 모두 동일하지만, 보통은 국가직보다 지방직의 수당이 조금 더 많은 편입니다. 또한 복지포인트라는 직원 복지 개념의 급여도 있는데요, 이건 해당 사이트만을 이용하거나, 일정 분야에서 소비한 금액만 환급 가능한 제도이므로, 온전히 급여에 포함시키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만약 본인이 주거비를 내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140만원에서 180만원 정도의 금액으로도 실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지에서 근무 중이거나 주거비가 지출되는 상황이라면, 넉넉한 금액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서울에서는 정말 생활하기 쉽지 않은 금액입니다.
간혹, 직렬 중에도 야간 근무가 포함되는 직렬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야간 수당을 제법 많이 받습니다. 그만큼 야간 근무가 늘어나기 때문에 오래 하기에는 좋지 않은 직무입니다.
9급 공무원에 대한 지원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기사들을 보셨을 겁니다. 이건 9급 공무원 시험 과목에서 사회, 과학, 수학이 사라지며, 시험에 지원했던 허수 지원자들이 사라진 영향이 있다고 보입니다. 또한 한 때 각광받던 공무원에 대한 직업적 평가가 나빠진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이유로는, 시험 날짜가 달랐던 몇 개의 시험을 같은 날로 통일하면서, 중복 지원에 대한 허수가 빠진 것도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지원율 자체가 9급 공무원 전망에 대한 의견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9급 공무원의 전망이 밝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공무원이란 직업은 정말 필요하지만, 동시에 발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직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업 안정성이 높지만, 동시에 직무 순환제의 영향으로 전문성 향상이 어렵고, 급여를 통한 성과에 대한 자극이 적다보니, 업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공직이라는 것이 그만한 신념을 가지고 해야하는 일은 맞지만, 모든 공무원들이 그런 신념을 가지기는 어려우니까요.
요즘 MZ세대라 불리는 사회 초년생들이 공무원에 임용되었다가 퇴직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가 반영된 것이라 보입니다. MZ세대는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성장을 급격하게 겪은 세대인데, 상대적으로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공직에서 일을 하려니, 한계를 느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임용되는 인원이 늘면서, 그만큼 퇴직하는 인원도 늘은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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